2023. 1. 29. 20:53ㆍ자기 계발 책 리뷰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에 대하여.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1만 2천여 명의 속마음을 듣고 나누었다. 최근 15년은 정치인, 법조인, 기업 CEO와 임원 등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한 이들의 속마음을 나누는 일을 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라우마현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재단 '진실의 힘'에서 집단 상담을 이끌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심리 치유 공간 '와락'을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안산으로 이주해 '치유 공간 이웃'을 만들고 참사 피해자들의 치유에 힘썼다. 저자는 자격증 있는 사람이 치유자가 아니라 사람 살리는 사람이 치유자라고 말한다. 현장에서 쌓아 올린 30여 년의 치유 경험과 내공을 집대성하여 이 책에 담았다.
존재가 희미해지는 기분을 아시나요?
내 편이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 회사에서 내 감정, 내 생각을 드러내지 못할 때 내가 여기 서 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 삶은 배터리가 3퍼센트 남은 방전 직전의 휴대전화가 됩니다. 심리적 생존의 최소 조건이 뭔지 아시나요? 실력이나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비상한 머리나 출중한 외모가 없어도 그것과 상관없이 내 존재 자체만으로 나에게 주목해 주는 사람 한 명이 있다면 사람은 살 수 있습니다. 끝없는 슬픔에 갇힌 친구를 구하는 법, 상대의 얼음 같은 마음을 녹이는 법, 내 마음을 치유하는 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30년간 정신과 의사이자 치유자로서 누구보다 현장에서 사람의 마음을 얼러만진 정혜신의 책 <당신이 옳다>입니다.
어느 날 집회에 갑자기 노인들이 들이닥쳐 물건을 부수고 유가족들에게 욕설을 내뱉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끔찍한 소동이 끝난 후 저자는 소란을 피운 노인 중 한 명과 대화를 했습니다. 저자는 소란에 관해 묻지 않고 "고향이 어디세요?"라고 묻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내와 살았던 시절로 갔다가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들과 며느리 이야기로 옮겨갔습니다. 거리에 버려진 부서진 장롱 같은 노인의 삶을 듣자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한참 만에 노인이 불쑥 말했습니다. "내가 아까 그 아이 엄마들한테 욕한 건 좀 부끄럽지..", "그런 마음이셨군요. 그러셨군요" 저자는 그렇게만 말했습니다. 사과를 받고자 시작한 얘기가 아니었지만 노인의 마음속에 미안함이 조금씩 고이고 있었습니다. 싸우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아닌 다른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바로 '나' 이야기, 자기 존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기 존재가 주목받은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확보합니다. 그 안정감 속에서 비로소 사람은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노인이 보였던 뜻밖의 합리성도 사실은 자기 존재가 주목받은 후에 생긴 내면의 안정감에서 나온 겁니다. 사실 노인은 어떤 단체에서 개최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잘 살게 된 건 모두 어르신 덕분이다. 어르신들이 진정한 애국자다.' 오랜 세월 고생 많았다는 얘기를 들으니 노인의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노인이 말도 안 되는 폭력을 시작한 것도 자기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리고 노인이 그 당당한 폭력을 후회한 것도 자기 존재에 주목해 주고 자시 삶에 귀 기울여준 저자를 만나서입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예외 없이 변하게 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존재에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반드시 반응합니다. 사람은 본래 그런 존재입니다. 노인만 그런 게 아니겠죠. 주위를 보면 너나없이 마음 아픈 사람이 많습니다. 학교나 부모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청소년들, 좋은 대학을 못 다니고 변변한 직장이 없다는 이유로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청년들의 마음이 아픈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당신이 옳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 제대로 된 삶이 시작된다. 거기서부터 건강한 일상이 시작된다. 노인도 그렇고 청년도 그렇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그렇다면 타인의 마음을 치유하려면, 소중한 사람의 존재에 주목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은 열일곱 살 A가 있습니다. A는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날이면 밤거리를 배회하며 친구에게 전화를 돌립니다. 어떤 친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거리에서 먼 헛짓거리냐. 집에나 들어가". 맑은 공기가 절실한 순간에 매연으로 꽉 찬 지하주차장에 갇히는 느낌일 것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말입니다. "집에 또 안 들어가고 있어? 무슨 일 있었나 보네". 이 말은 이 시간에 '이 시간에 집 밖을 배회하고 있다면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이해입니다. 이는 A를 절대적으로 안심하게 만듭니다.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인이 있어야 사람은 그다음 발길을 어디로 옮길지 생각할 수 있죠.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내 존재에 대한 수용입니다. 이것은 심리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산소 공급이죠. 잘못된 짓이나 엉뚱한 짓을 하는데도 '너는 옳다'라고 한다면 오히려 친구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자기 존재를 인정받으면 우리는 분노와 억울함에서 빠져나올 힘을 얻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는 말은 A를 계속 집 밖으로 나돌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틀린 게 아니구나', '내가 잘못된 게 아니구나'라며 안도하게 해 줍니다. 안정감을 되찾고 보다 좋은 결정을 내립니다. 정해신 작가가 말합니다. '당신이 옳다' 온체중을 실은 그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말은 세상에 또 없다.
마무리
여러분은 누군가의 좌절과 분노, 슬픔에 어떤 말을 건네고 있나요? 사랑하는 주변사람에게 '네가 옳다', '당신이 옳다'라고 얘기해주고 있으신가요? 참혹함 속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전부 잃은 사람도 내 존재를 바라보는 한 사람을 만나면 그 한 사람을 통해서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합니다. 반대로 어떻게 해도 주목과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바라봐줄 단 한 사람을 갖지 못한 사람은 즉각적인 주목을 받게 해주는 폭락에 빠지기 쉽습니다. 우리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하나의 세상을 바꿉니다. 우리가 서로 그 한 사람이 되어 줍시다. 책을 읽으며 울컥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네가 옳았다고 말했어야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고 공감을 주고받는 것이 참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 그리고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분에게 <당신이 옳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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