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8. 18:15ㆍ기록
지인이 요시고 사진전 프리 오프닝에 당첨되어 운 좋게 함께 다녀올 수 있었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이 혼자 하는 일이라 일을 빼기가 어려웠는데 작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일을 안 뺄 이유가 없었다.
항상 차로 부산에 가곤 했는데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했을 때 역이 이렇게 컸었나.. 새삼 놀랬다.
서면에 있는 상상마당 5층에서 전시가 열린다. 버스와 지하철 둘 다 접근성이 좋다. 나는 풍경 보는 걸 좋아해서 버스를 택했다!
2시부터 입장가능 했는데 웬걸. 정각에 도착했던 나는 이미 줄이 길게 늘어진 걸 보고 놀랬다. 역시.. 한국인들은 부지런해..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2개 있었는데 줄 서서 타야 할 정도였다.
전시장에 입장하기 전 앞에 걸려있는 사진. 첫 번째 사진부터 내 취향을 저격당해 버렸다.
‘Yosigo’라는 이름은 사진을 찍겠다고 선언한 요시고에게 아버지가 선물한 시 한 편에서 인용한 것이다. 멈추지 않고 전진하는 과정, 즉 ‘yo sigo(계속 나아가다)’를 실천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시였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조차 몰랐던 시절, 디자인이나 사진촬영에 전혀 재능이 없다 느끼던 그 순간에 아버지의 시가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어떤 일의 결과가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본능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활동명‘yosigo’에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응원과 그 응원에 보답하는 아들의 신념이 담겨있다.
내가 요시고에 관한 글 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아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에 시를 써주는 아버지.
아버지가 써주신 시 속에서 자신의 활동명을 정한 아들.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정렬되고 균형 잡힌 패턴의 건축물들을 보고 있으면 묘한 느낌이 든다.
분명 완벽한 균형의 패턴인데 어딘가 모르게 복잡한 느낌. 안정적이면서도 불안한 감정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작가님의 등장으로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줄 선 모습.
이 점은 조금 아쉬웠다.
이 줄로 인해 사진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사실 나도 사진 찍고 싶어서 줄을 섰지만 내 앞에서 작가님이 인터뷰 준비로 가야 하는 바람에 찍지 못했다.
재밌는(?) 일화. 이건 인터뷰에서도 말한 내용인데 흥미로웠다. 사진작가로 사는 건 꽤나 위험한 일 일지도? ㅋㅋㅋ
나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만 타인이 나오게 찍는걸 좀 무서워하는 편인데. 나조차도 누군가 내 허락 없이 나를 찍고 있다고 생각하면 불쾌하기 때문에.
특히 한국에서는 더더욱 사람을 포함한 사진을 찍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
피사체가 많든 적든 균형 잡힌 느낌이 좋다.
그 점이 내가 요시고를 좋아하는 이유인 거 같다.
내가 카메라 뷰파인더로 보고 있는 느낌.
분명 사진들인데 입체적인 느낌이 드는 게 신기했다.
내가 정망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 들게끔 한 글이었다. 너무 좋아!
인터뷰 후 이벤트로 빙고게임을 했다.
투 빙고였는데 나는 아쉽게도 원 빙고..
그래도 꽤 재밌었다. 빙고카드도 센스 있게 만든 것이 맘에 들었다.
드디어 사인회!
나는 여유로운척하다가 거의 맨 뒤에 줄 섰는데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거 같다..
2시부터 입장해서 앉는 곳 없이 거의 4시간을 서있다 보니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천천히 사진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공간에 있던 사진들이 나에겐 유독 좋았다.
파도치는 영상과 사운드가 들려오는데 정말 휴양지에 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들이 다 영상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오랜 기다림 끝에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다.
꽤 긴 시간 동안 사인을 했던 요시고 작가님은 힘들 만도 한데 한 분 한 분 소중하게 대해주셨다. 그래서 좀 더 오래 걸렸던 거 같기도 하다.
누군가 내가 찍은 사진들을 그것도 외국인들이 찾아와 좋아해 주고 응원해 준다는 게 어떤 기분일까?
정말 운 좋게 다녀온 이 행사는 내 인생에서 꽤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될 거 같다.
좀 더 내가 진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에도 조금 가까워진 거 같다.
고마워요 요시고!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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